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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 딜레마, 그리고 부서 이기주의

moment Mobile 2012. 10. 7. 14:43

죄수 딜레마는 게임이론에서 자주 인용되는 예시이다.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상황은 다음과 같다.


두명의 죄수가 체포되어 다른 취조실에서 심문을 받는다. 죄수들끼리 커뮤니케이션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죄수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조건들이 놓여진다.


1. 둘 중 하나가 배신하여 자백하면 그는 바로 석방되고 상대방이 10년을 복역하게 된다.

2. 둘 다 배신하면 자백하면 5년을 복역한다.

3. 둘 모두 죄를 자백하지 않으면 둘 다 1년씩 복역한다.


제3자 관점에서 바라보면 두 죄수 모두 자백하지 않고 6개월을 복역하는 것이 적절한 선택으로 비춰진다. 하지만 이와 같은 상황에서 죄수들은 상대방의 경우수를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려는 선택을 하게 된다. 결국 이와 같은 배신이 딜레마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세계적으로 각 나라들이 자신의 경제적 이익만을 취하려다보니 온난화 기후 협정이 안 이루어지는 것이 유사한 케이스로 볼 수 있다. 이밖에 다크나이트에서 죄수와 일반 시민의 두척의 배가 폭탄을 싣고 각자 다른 배에 대한 기폭제를 갖고 있는 조커의 의도된 상황도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조직에서도 비슷한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팀기반으로 독립적으로 업무 분화가 명확한 기업인 경우 이와같은 딜레마는 더욱 심할 것이다. 예를 들면 한 벤쳐 기업에서 소셜지식 서비스를 만든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여기에는 커뮤니티 서비스팀과 지식서비스팀의 협업이 요청된다. 하지만 커뮤니티, 지식 서비스 각각은 기존의 레거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해당 프로젝트를 하기 위해서 별도의 인력 충원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사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같은 상황에 놓여있을 것이다. 


그럼 어떤 결과가 나올까? 각 팀들은 자신들이 기존의 운영하는 레거시 서비스의 지표가 하락할 수 있음을 근거로 들며 거부할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답답하다. 그래서 조정을 요청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결국 두 팀이 조정을 취하며 최대한 자신들에게 업무 부담이 오지 않게 협상을 할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아쉬운 팀이 더 리더쉽을 가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두 팀 모두 아쉬울게 없는 프로젝트도 많다. 


대부분 기업에서 이런 경우가 발생하면 팀간의 조정을 거친다. 상층에서는 카리스마로 어떻게든 결과를 만들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하층 구조의 조직들은 서로 갈등하며 업무분장을 진행한다. 이렇게 리더십 없는 프로젝트가 제대로 돌아갈리가 없다. 뭐 위에서 업무 분담된 것을 보고 어느 팀이 더 역할을 가져가야한다고 피드백을 줄 수 있지만 그런 판단력을 갖출 수있는 의사결정권자는 드물다고 봐야한다. 왜냐하면 하층 조직 구성원들에 비해 당연히 정보력이 적기 때문이다. 판단의 근거가 없다. 그냥 결과가 나올때까지 기다려야할뿐이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답답하다.


대부분의 레퍼런스는 이와 같은 경우 두 조직간의 신뢰가 쌓여야함을 강조한다. 조직 팀간, 구성원간의 신뢰 구축이 최우선이란 것이다. 그리고 이를 제도적으로 조직운영에 반영해야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부서 간의 소통 채널 확대, 비협조적이고 이기적인 행동에 대해 응징하는 조직문화 정착, 부서 간 협업이나 시너지 성과에 대해 별도의 보너스를 지급하는 방법"(출처:동아 비즈니스 리뷰 2012년 6월) 등이 예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딜레마가 발생하는 문제점이 KPI 제도이 있다고 본다. 장기 KPI와 이슈에 따른 KPI가 공존해야하는데 오로지 하나의 장기 KPI에 의존해서 각 팀이 운영된다는 점이다(물론 장기 KPI에 이런 이슈가 로드맵으로 포함되도록 계획을 짜면 좋겠지만 시장상황 전망이 그렇게 확실할까?). 시장 상황에 따라 협업 프로젝트가 요구되면 신규 KPI가 해당 팀들에 적절하게 배분되어야한다. 예를 들면 앞선 예에서 지식서비스와 커뮤니티 서비스가 각각 일평균 UV를 1년 동안 10% 성장시키는 것이 KPI였다면 해당 KPI 성장율을 조정하고 신규 소셜지식 서비스의 가입자 10만명 도달을 신규 KPI로 설정할 수 있는 것이다. 


어차피 추가 리소스를 넣을 수 없다면 기존 레거시 서비스는 유지하는 정도로 기조를 바꾸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고 신규 서비스가 런칭됨으로써 기존 서비스와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보통 이런 프로젝트 KPI 셋팅이 잘못되는 것이 일방적으로 해당 협업 프로젝트의 결과가 특정 팀으로만 그 공로가 넘어가는 경우이다. 만일에 AR 기반의 광고 모델을 협업프로젝트를 통해 런칭했는데 광고팀에만 그 공로가 인정된다면 AR플랫폼 서비스팀은 분명히 다음번 협업 프로젝트에서 방어적으로 나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어차피 팀이란 부서 이기주의를 취할 수 밖에 없는 조직이다. 무조건적으로 좋은 커뮤니케이션 스킬로 협의를 이끌라는 것은 조직운영 관점에서 방법론은 아니라고 본다. 그런 것은 자율이 아니고 방관이라 해야하지 않을까? 팀 혹은 한 개인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에 의존하기 보다 기업이 시스템 차원에서 협업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뭐, 물론 다크나이트에서 죄수와 시민이 상대방 배를 폭파시키지 않는 휴머니티가 있듯이 조직에서도 이러한 훈훈한 상황을 기대해볼 수도 있겠다 lol